
서울 아파트 매물이 한 달 만에 약 1만건 증가했습니다.
9월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 지난 18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10만9,37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인 8월 18일 9만9,379건과 비교하면 9,995건, 10.1% 증가한 수치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단기간에 1만건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변화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매물이 이렇게 빠르게 증가했다면 서울 집값도 바로 떨어지는 것일까요?
현재 시장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매물은 증가하는 반면 거래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고,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제도 변화까지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어디에서 가장 많이 늘었나?
이번 매물 증가는 서울 일부 지역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닙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에서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동구였습니다.
한 달 동안 매물이 20.9% 증가했고, 성북구 20.7%, 성동구 17.7%, 송파구 17.3%, 동작구 15.4% 순으로 증가폭이 컸습니다.
절대적인 매물 증가량을 보면 강남권의 비중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강남구에서 1,698건이 증가했고 송파구 1,355건, 강동구 1,013건, 서초구 632건이 늘었습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만 3,685건이 증가했습니다.
서울 전체 증가분의 약 36.9%입니다.
강동구까지 포함한 서울 동남권 4개 구로 범위를 넓히면 증가량은 4,698건으로 서울 전체 증가분의 약 47%에 달합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새롭게 늘어난 아파트 매물 두 건 가운데 거의 한 건이 동남권에 집중된 셈입니다.
그런데 거래량은 오히려 줄고 있다
매물과 함께 봐야 하는 숫자가 거래량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5월 8,983건에서 6월 5,305건으로 감소했습니다.
7월에는 5,841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8월 거래량은 9월 18일 신고분 기준 약 3,300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거래는 계약 이후 신고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근 월 거래량은 앞으로 추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8월과 9월 수치를 이미 확정된 최종 거래량처럼 보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확인되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팔겠다는 집은 늘고 있는데 실제 거래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런 현상을 흔히 ‘매물 적체’라고 표현합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최근 금리 부담이 다시 커졌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금리가 높아지면 매수자의 이자 부담 역시 커집니다.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 기존에 시장에 나온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 세제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고가·비거주 주택과 일부 다주택자의 세 부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향후 세제 변화가 시행되기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수요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도 변수
최근 또 하나의 변화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유예 연장입니다.
정부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조치는 특히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의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수한 뒤 일정 기간 실제 거주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세입자가 장기간 거주 중인 아파트는 거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거주 유예 범위가 확대되면 기존에는 세입자 문제 때문에 팔기 어려웠던 주택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문가들은 세제 변화가 주택 보유자에게 ‘팔 이유’를 만들었다면 실거주 유예는 실제로 ‘팔 수 있는 여건’을 넓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매물이 11만건이면 집값이 떨어지는 걸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매물이 증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집값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매도자가 집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도자는 20억원을 원하지만 매수자는 18억원 이하에서만 사려고 한다면 매물은 계속 쌓이지만 거래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재처럼 매물 증가와 거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에서는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누가 먼저 가격을 양보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실제 실거래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자가 기존 호가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기다린다면 매물만 증가하고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물 숫자 하나만 보는 것보다 매물 증가 → 거래량 변화 → 실제 실거래가격 변화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남3구 매물이 많이 늘어난 이유도 봐야 한다
이번 집계에서는 강남·서초·송파의 매물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강남3구에서만 한 달 동안 3,685건의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서울 전체 증가분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이 지역에는 고가주택과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향후 세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강남권 매물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강남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강남권은 서울에서도 매수 대기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정될 경우 대기하고 있던 매수자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물의 숫자가 아니라 그 매물이 실제 어떤 가격에 거래되는가입니다.
무주택자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집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매물 증가는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매물이 10% 늘었으니 지금 집값이 싸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단지에서도 동과 층, 향, 내부 상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심 단지가 있다면 전체 서울 매물 숫자보다 해당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격과 현재 매도 호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동일 면적이 15억원에 실제 거래됐는데 현재 매물들이 17억원에 나와 있다면 매물이 많더라도 가격 조정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최근 실거래가격 근처나 그 이하로 여러 건 나오기 시작한다면 매도자들의 가격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전세시장에는 반대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매매 매물이 증가하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가 기존 전·월세 주택을 매도하면 임대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거주 주택 보유자와 임대사업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될 경우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매매 매물뿐 아니라 전세 매물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세 가지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방향을 판단하려면 앞으로 매물·거래량·실거래가격 세 가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매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거래는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실제 거래가격입니다.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면서 거래가 증가하는지, 아니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면서 가격을 유지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최근 변경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가 실제 거래 가능한 매물을 얼마나 늘리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11만건에 가까워졌다는 숫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늘어난 매물이 실제 거래로 연결되는지입니다.
당분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지수 하나만 보기보다 매물과 거래량, 실제 계약가격의 움직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20일 오전 공개된 부동산 시장 자료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부동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